CAPÍTULO 14
제14화
아인에게 꽃을 받은 지 벌써 일주 일이 지났다. 꽃은 시들어 벌써 색 을 잃었지만 로제리아는 여전히 꽃 을 잘 보이는 곳에 보관했다.
그녀는 지금도 그 꽃을 가만히 바 라보고 있었다.
아인에게 꽃을 받고 나니 로제리아 는 자신도 뭔가 해 주고 싶었다. 하지만 뭘 해 주지. 아인에게 필요. 한 것이 뭐가 있을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.
“마님. 외출하실 예정은 없으십니 까.”
“외출...?”
곁에 있던 하녀가 물었다. 외출이 라, 그러고 보니 최근에 외출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
소설 속 로제리아는 사교 활동을 병적으로 좋아했다. 매일같이 의상 실을 찾거나 디자이너를 저택으로 불러들여 새로운 드레스를 맞췄다. 장인이 공들여 만든 보석이 나오면 가장 높은 금액을 불러 어떻게든 차 지해 내고 말았다.
그렇게 사 모은 것들로 한껏 꾸미 고 수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회와 티파티에 참석했다. 모두에게 자신 의 화려한 모습을 과시하는 것이 그 녀의 즐거움이었다.
'그러고 보니... 최근에 외출한 적 이 없네.'
연회나 티파티는 고사하고 저택 밖 으로 나가 본 적도 없었다.
저택에서만 지내다 보니 화려한 드 레스도 보석도 예쁘기만 할 뿐 불편 한 슈즈도 필요 없었다. 자연스레 그녀가 광적으로 좋아하던 쇼핑과 파티와는 동떨어진 일상이었다.
굳이 해야 하나, 싶었다. 자신은 소설 속 로제리아가 아니어서 연회 나 티파티에도, 고가의 드레스와 사 치품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니 까. 외출한다고 해도 가고 싶은 곳 이 없었다.
“이제 곧 모임도 있으셔서... 새 드 레스는 지금 맞추지 않으면 늦을 듯 해서요.”
로제리아가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자 하녀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. 하녀는 로제리아가 나중에 문제를 삼고 질책할까 봐 미리 알리는 것이 었다.
"모임...?”
“네. 열흘 후로 예정된 모임이 이 번에는 하온 후작가에서 열릴 예정 입니다.”
하녀가 모임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게 어떤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.
체이드 가문을 필두로 슬하에 비슷 한 또래의 아이를 둔 가문 간에 교 류를 하는 정기적인 모임이었다. 주 로 티파티 형식을 차용하지만 특별 한 날이면 작은 연회를 열기도 했 다.
'그리고... 카시우스 공작과 로제리 아가 함께 동반하는 몇 안 되는 일 정 중 하나였었지.”
겉으로 보기에는 가문 간의 친목 도모 정도였지만 실상은, 서로의 이 해관계가 들어맞아 정기적으로 자리 를 가지고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내내 상대를 살피며 신경전을 벌이는 자리였다.
그런데 이들이 서로에게 경쟁심을 갖는 것 중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 는 것이 바로 자녀에 대한 것이었 다.
로제리아 역시 평소에는 아인에게 관심이 없다가도 이때만큼은 은근하 게 자신을 무시하는 부인들 때문이 라도 아인의 모습에 신경을 썼다.
“그 모임이 이제 곧이구나."
낮게 중얼거렸다. 아무래도 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.
"내가 지금 품위 유지비가...”
“이번 분기 예산에 대부분이 그대 로 있습니다.”
그녀의 물음에 하녀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. 그러니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는 뜻이었 다.
하긴, 그동안 외출조차 한 적 없으 니 그 많은 품위 유지비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. 그럼... 돈도 많이 있 겠다…
'아인이랑 외출이라도 해 볼까.’
모임에 참석할 때 아인이 입을 옷 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았다. 아인은 분명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릴 것이 다.
‘전부 다 사야지.’
로제리아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가 됐다.
‘지금 물어보러 가자.’
나중에 만날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 들었다. 만약 시간이 괜찮으면 이 길로 바로 외출을 하는 것도 괜찮겠 다고 생각하며 아인의 방까지 한걸 음에 도착했다.
“아인 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.”
그런데 아인은 방에 없었다. 대신, 방을 정리 중인 하녀들과 레니샤가 있었다. 아인은 아무래도 다른 일정 중인 것 같았다.
“그럼 아인은 지금 어디 있는데?”
“공작님과 훈련 중이십니다."
카시우스 공작이 같이 있다는 말에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로제리아는 아인이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.
***
아인은 최근 지금까지 먹었던 것보 다는 한층 더 강하다는 독을 섭취하 기 시작했다.
극소량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양을 늘려 내성을 만드는 것인데, 지금까 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몸에 무리가 오는지 상태가 이상했다.
"안색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."
"별로, 아무렇지도 않아."
레니샤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아인 은 무심했다. 하지만 그녀의 걱정대 로 독을 먹은 후부터 속이 울렁거리 더니 이제는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. 살짝 머리도 어지러웠다.
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인은 원 래 정해져 있던 일정을 모두 소화해 내고 있는 중이었다.
새로운 독을 섭취하고 몸이 받아들 이기까지의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 는 행위였다. 그때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싶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 었다.
그러니 아인은 당연하게도 몸이 이 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무장에 나와 훈련을 이어 나갔다.
특히, 오늘은 카시우스 공작이 직 접 보러 오기까지 한 날이었다. 평 소보다 더 열심히 검을 휘두르며 훈 련을 해 나갔다.
"우으읍...!!”
하지만, 역시나 몸이 보내오던 신 호가 엄살은 아니었는지 훈련 상대 와 검을 맞댄 채 버티다가 그를 밀 어내기 시작한 순간, 갑자기 속이 요동치면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.
그대로 고개를 틀자 결국, 속에 있 는 것 뱉어 내고야 말았다.
아인은 독을 먹고 난 후 속이 좋 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. 그 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결국, 독 이 들어간 타액뿐이었다.
"아인 님, 괜찮으십니까.”
방금까지 그를 상대하고 있던 기사 가 놀라며 그에게 다가왔다. 하지만 아인은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.
“양을 좀 조절해야겠어."
이 정도로 몸에 받지 않는 것은 오랜만에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 런 일은 아인에게 별거 아니었다. 그는 곧바로 내일엔 독의 양과 농도 를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하며 대책을 세웠다.
"아직 그 정도 독은 버겁나 보구 나.”
카시우스 공작은 걱정이라고는 전 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. 오히려 그의 말에 아인이 자존심이 상한 듯 눈을 살짝 찡그렸 다.
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. 아인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검을 집어 검 집에 넣으려고 할 때였다. 멀리 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.
“아인...!!”
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니 경 악에 찬 로제리아가 그를 향해 정신 없이 달려오고 있었다.
“어머니...?”
아인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로제리 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.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그녀의 모습 을 보며 아인은 얼떨떨했다.
'어머니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 지.’
로제리아의 숨이 거칠었다.
***
로제리아가 아인을 보기 위해 연무 장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.
아직 거리가 있었지만 아인이 대련 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. 로제리 아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 을 가만히 지켜보았다.
혹시라도 다칠까 봐 걱정되면서도 그에 비해 어른인 기사를 상대로 잘 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했다.
그런데 대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 했다. 아인의 행동이 이상하더니 그 가 고개를 돌린 채 바닥을 향해 입 안에 있는 것을 뱉어 내고 있었다.
너무 놀란 나머지 아인에게 다가가 려고 할 때였다. 카시우스 공작의 입에서 '독'이라는 말이 나왔다.
‘독이라니... 설마...'
고작 열 살인 아이였다. 그런 아이 에게 독을 먹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이성의 끈이 끊겨 버렸다.
“지금 이게... 무슨 짓인가요...”
로제리아는 너무 화가 나서 목소리 가 떨렸다.
달려가자마자 그녀는 아인을 자신 의 뒤에 숨기고 그 앞에 서서 카시 우스 공작을 노려보았다.
아인이 토를 하는 순간 눈이 돌아 갔다.
순간 겁이라는 게 실종이라도 했는 지 카시우스 공작이 무섭기는커녕 분노만이 차올랐다. 대체 아인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!
"여긴 어떻게 온 거지.”
“그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 명해 주세요.”
"후계자라면 당연히 받는 훈련이니 그대가 관여할 일이...”
카시우스 공작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.
“어떻게 모른 척해요!"
카시우스 공작의 말을 끝까지 들어 줄 가치조차 없었다. 눈이 뒤집어진 로제리아는 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.
“세상에 어느 훈련이 이런 잔인한 짓을 아이에게 시켜요!”
"나도 저 나이에 했었어.”
“…”
“대체 뭐가 문제지.”
그는 정말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. 그 모습을 보는데 순 간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.
“...이런 미친.”
본능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.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.
어째서 이런 훈련이 당연할 수가 있어. 당신 눈앞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떨고 있는 애는 안 보이는 거야! 터져 나오려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.
연무장에는 위험한 분위기가 흐르 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카시우스 공 작과 로제리아 공작 부인이 신경전 을 벌이고 있었다.
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사와 사용인 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. 그 들의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... 방 금 분명히 로제리아 공작 부인이 ‘미친...' 이라고 했다.
그걸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 었고 당연히 카시우스의 귀에도 들 렸다.
카시우스 공작에게 '미친' 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.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히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.
하지만 로제리아는 지금 자신이 무 슨 말을 내뱉었는지 그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흥분했다.
로제리아가 카시우스를 노려보았 다. 지금까지 그의 눈도 제대로 마 주치지 못할 만큼 무서워하던 모습 은 사라지고 없었다.
"마님... 잠시 말씀을 드리자면 아 인 님은 이미 독에 대한 내성이 있 으신 분입니다.”
상황을 지켜보던 보좌관이 나서서 해명했다. 아무래도 그녀가 오해하 고 있는 것 같아 얘기를 해서 상황 을 풀어 볼 생각이었다.
“게다가 독의 종류는 물론이고 섭 취하는 양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하 고 있어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겁 니다.”
하지만 보좌관의 말에 로제리아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졌다. 무리가 가 지 않을 리가. 도저히 저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.
“그래서 독을 먹어도 괜찮다는 건 가요!”
그래서 독을 먹인 거냐고, 비난하 고 있었다. 그녀의 날선 반응에 보 좌관은 곧장 뒤로 물러났다. 괜히 갈못 나섰다고 후회하면서.
“저는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!"
로제리아가 카시우스 공작을 똑바 로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.
***
아인의 앞에는 로제리아의 등이 보 였다.
그녀는 아인을 보호하려는 듯 등 뒤로 보낸 뒤 카시우스 공작과 대적 하고 있었다.
평소에는 그가 무서워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면서, 대체 어디서 저 런 용기가 나온 것일까.
아인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 다. 체이드 가문에 태어난 순간부터 그에게는 많은 것들이 주어졌다. 그 것을 지키고 누리기 위해서는 그 역 시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.
그러니 약점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독을 먹어 내성을 기르고 그러다 부 작용으로 불속에 갇힌 것처럼 뜨겁 고 괴롭더라도 견뎌 내야 한다고.
그런데 로제리아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고 있다. 정작 그는 아무 렇지도 않은데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.
‘왜 이러지...?'
심장이 아무래도 고장이 난 것 같 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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