CAPÍTULO 12
제12화
체이드 공작가의 지하엔 넓고 체계 적으로 만들어진 감옥이 있었다. 그 곳에 갇혀 있는 자들의 감금 이유는 다양했다.
카시우스 공작과 아인의 암살을 시 도한 자객, 그들을 배신한 자, 대립 하고 있는 가문을 협박하기 위해 붙 잡고 있는 인질, 황제를 가로막으려 는 귀찮은 정적들. 그곳에서는 많은 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갇혀 있었다.
심지어, 목적에 따라서 지하 감옥 이지만 저택에 있는 방처럼 쾌적하 게 마련된 공간이 있는가 하면 악취 와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쥐와 벌 레들이 득실거리는 끔찍한 공간 역 시 존재했다.
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고문실이 존재했다. 지난 며칠 동안 그곳을 누군가가 전세를 내다시피 사용하고 있었다. 물론, 타의에 의해 서.
“제아... 제아 조옴... 주겨... 커 억... 주겨 십시...”
제대로 발음조차 되지 않는 그가 죽여 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. 지난번, 로제리아가 봤던 피로 온몸 이 뒤덮인 자는 억지로 목숨을 이어 붙인 채 이곳에 갇혀 있었다.
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을 죽여 줄 것 같던 카시우스 공작이 갑자기 얼 굴을 굳히더니 여전히 그의 목숨을 붙여 놓고 있었다. 누구도 그를 건 드리지 않는데도 몸 안에 있는 혈관 이 터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.
발밑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그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인에게 정치 학과 경제학을 가르치던 스승이었 다.
꽤 유능한 자라고 생각해서 월급과 처우를 잘 챙겨 준다고 했는데, 그 가 알고 보니 율리엔 재상이 보낸 첩자였다.
“아직도 멍청한 놈들이 미련한 짓 을 한다니까. 귀찮게 말이야."
우습게도 감히 저택 내부까지 침입 하다니,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싶어 서 그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간찬 히 파악할 생각으로 붙잡아 두고 있 었다.
“이러다 한 번쯤은 성공하겠지. 뭐 이런 긍정적인 망상이라도 하는 건 가.”
카시우스가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 렸다. 사실, 그가 첩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그가 지금까지 이곳 에서 무엇을 해 왔는지 모두 파악을 끝냈다.
하지만 애써 이곳까지 기어 들어왔 는데 그냥 끝내 주면 심심하니, 이 런 짓을 벌인 율리엔 재상을 위해서 라도 적당히 즐긴 후에 처참해진 그 의 몸 껍데기만 보내 줄까 생각하고 있었다.
“그런데... 고작 이거 때문이라 고…?”
고작 피 좀 뒤집어쓴 사람을 봤다. 고 아직까지도 겁을 먹고 있는 거라 니.
스쳐 지나갔을 뿐이다. 그때 그녀 가 충격을 받은 것 같기는 했지만, 눈앞에서 고문을 하는 것을 본 것도 아니었는데, 그것 때문에 아직까지 도 무서워한다는 게 그로서는 이해 가 되지 않았다.
...갑자기 아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 다.
- 만약 어머니가 겁을 먹고 도망 가시기라도 하면...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.
아인은 카시우스 공작이 로제리아 를 위협이라도 할까 봐 걱정했었다. 이래서였군, 고작 그 정도에도 무서 워할 만큼 겁이 많아서.
그동안 속이 막힌 것처럼 감조차 잡히지 않던 그녀의 행동의 원인은 이제 알 것 같았다.
‘쯧...’
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이 후련해 진 것은 아니었다. 그는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쳤을 때 있었던 일 같은 건 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다. 그에 게 이런 일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 겨운 일상이었다.
그래서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 다. 원인을 알았어도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.
갑자기 율리엔 재상이 보낸 첩자의 존재가 심히 거슬렸다.
그 전까지는 좀 더 즐길 생각이었 는데, 그때 이놈만 아니었으면 괜히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텐.
카시우스 공작의 불쾌한 눈빛이 한 때는 아인의 스승이었던, 첩자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살점과 피가 분간 이 되지 않는 그를 향했다.
아무래도 그가 간절히도 바라는 고 통 없는 죽음은 불가능해진 것 같았 다.
***
로제리아의 하루는 늘어짐의 연속 이었다. 오랜만에 후원에 있는 정자 에 와서 휴식을 취했다. 그런데 따 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로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.
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, 어느 순 간부터인가 햇빛이 느껴지지 않고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.
천천히 눈을 뜨는데 눈앞에 큰 그 늘이 생겨 있었다. 아직 해가 중천 에 떠 있을 시간인데 이상하다고 생 각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.
“공작님...?"
순식간에 잠이 깼다. 그녀의 얼굴 위에서 느껴졌던 시원한 그늘의 정 체는 카시우스 공작이었다.
'이게 어떻게 된 거지...?'
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 지. 당황해서 입만 벙긋거리며 말이 나오지 않는데 주위에 있던 하녀들 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. 그 가 방금 온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.
'설마 자는 걸 보고 있었던 건가.'
제발 그것만은 아니라고 누가 자신 에게 말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 게 빌었다.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불길한 예상은 적중한 것 같았고 로 제리아는 단숨에 울상이 되었다.
***
카시우스 공작은 지나가다가 우연 히 그녀를 발견한 것처럼 행동했지 만, 실상은 그녀가 종종 후원에 있 는 정자에서 낮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일부러 발걸음을 이쪽 으로 향했던 것이다.
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면서 깨울까 그냥 지나갈까 몇 번이나 망설였다.
'왜 내가 로제리아를 신경 쓰는 거 지.’
굳이,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여기까 지 온 것부터가 그답지 않은 일이었 다.
로제리아가 자신을 무시하는 싫어 하는 경멸하는 상관없었는데,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는데.
지난 결혼 생활 동안 이토록 그녀, 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 적이 없었 다.
‘무시하면 간단한 일인데.’
문제는 그게 안 된다는 것이었다. 어느 순간부터 로제리아의 무시가 노골적으로 변했다. 이대로 계속 무 시당하는 것은 기분이 별로였다.
아인에게는 그렇게 웃으면서 자신 을 향해서는 새파랗게 질리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.
그래서 자꾸만 오기가 생겼다. 아 인에게 짓는 표정을 자신도 한 번은 보고야 말겠다고.
아무것도 모른 채 입가에 옅은 미 소까지 머금은 채 평온하게 감들어 있는 그녀를 보며 수많은 생각이 기 나쳐 갔을 때였다. 그녀가 갑가기 눈을 떴다.
“여긴 어떻게… 하실 말씀이라 도...?"
로제리아는 카시우스를 발견하자마 가 감이 깬 듯 놀란 눈을 하며 물 었다.
“…”
그녀가 자신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지 무작정 이곳까지 오기는 했지만 막상 갑자기 물어보 니 할 말이 없었다.
카시우스 공작에게서 대답이 없자 주위가 고요해졌다.
“....지난번에 기사가 데리고 온 자 때문에 아직도 무서운 건가."
“네...”
이렇게 다짜고짜 말할 생각은 없었 는데 막상 입을 여니 나온다는 말이 고작 이거였다. 그녀가 더욱 당황하 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시작한 말은 멈추지 않았다.
“그 정도는 의연하게 받을 수 있어 야 하지 않나.”
“네...?”
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멍한 얼굴이었다. 로제리아가 아무 말도 없자 카시우스 공작은 그녀를 설득 시키기 위해 계속 말을 이어 나갔 다.
“이미 로제리아 체이드가 되었을 때 각오했던 일 아닌가."
체이드 가문은 악명이 높은 가문, 그곳에 살게 되는 순간부터 피를 보 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그녀 가 몰랐을 리 없다.
“처음에는 힘들더라도 계속 보면 별거 아니야."
뭐든 보다 보면 무뎌진다. 그 역시 어린 시절 반복적인 훈련으로 피와 죽음의 냄새가 공기와 같아졌으니 까.
게다가 그녀가 그의 집무실이나 지 하 감옥에 오지만 않으면 그때처럼 어쩌다 마주치지 않는 이상 자주 보 지도 않을 것이다.
"몰랐던 것도 아닌데 고작 그 정도 로 무서워하면 곤란해."
더 이상 그녀가 자신과 마주치기 않으려 도망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 지 않았다.
"로제리아... 체이드... 요..."
그녀가 자신의 풀네임을 조용히 읊 조렸다. 고작 자신의 이름을 곱씹는 모습인데도 비장해 보였다.
로제리아 체이드... 그녀도 체이드 라는 성을 가지고 있었다. 그러니 그 정도 피를 보고 휘청이면 안 된 다고 그는 경고하고 있었다.
하지만, 그녀에게는 도저히 무리인 일이었다.
“…노력해 보겠습니다."
무리이지만, 지금 로제리아가 할 수 있는 대답 역시 이게 한계였다.
설마, 괜찮아질 때까지 대체 몇 번 이나 그런 모습을 봐야 하는 걸까, 하는 불안감이 그녀의 머릿속을 휘 저었다.
'과연 그 모습에 무뎌질 수 있을 까…’
지금만큼은 소설 속에서 읽었던 로 제리아가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었 다. 그녀는 저택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으 니까.
하지만 지금의 로제리아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서 고작 그 정도 모 습에 숨이 막혔다.
"그럼 저는... 이만..."
더 이상 그를 마주 보고 있을 자 신이 없어서 먼저 인사를 하고 돌아 서려고 했다. 그러지 않으면 이곳에 서 바로 바닥에 주저앉을 것 같아 서.
"혹시... 원하는 거라도 있나."
그런데 카시우스의 목소리가 그녀 의 발을 붙잡았다. 그는 갑자기 그 녀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.
방금까지 피를 보고 겁을 먹은 그 녀에게 경고를 한 것과는 전혀 어울 리지 않는 말이었지만,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어 카시우스 공작을 바라봤다.
“네...?”
이번에는 원하는 걸 말하라니. 대 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었
“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해 보도록 해.”
“…”
"가능하면 전부 해 줄 테니."
병 주고 약을 주는 걸까. 당근과 채찍을 한꺼번에 주는 걸까.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었다.
다만,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 나 있기는 했다.
'저는 피 냄새가 싫어요.’
심지어 지금도 카시우스에게서 엽 은 피 냄새가 흘렀다. 피 냄새가 몸 에 밸 만큼이라면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곳에 있 었다가 온 걸까.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.
‘그러니 제 앞에 다시는 그런 처참 한 꼴을 한 자를 데리고 오지도 제 택 안에 피 냄새가 진동하는 일도 없도록 해 주세요.’
그렇게 말하고 싶었다. 하지만...
“공작님.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 습니다.”
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. 추가 어쩌면 그가 자신을 시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.
자신이 분수에 맞지 않은 욕심을 부리고 있지 않은지 떠보는 것일지 도 몰랐다. 소설 속에서 로제리아가 과도한 욕심을 부려 화를 입은 적도 있었던 게 떠올라서 더더욱 말을 조 심했다.
“왜 아무것도 없지.”
그런데 카시우스 공작의 반응이 이 상했다. 원하는 대답이 아닌 듯 그 의 얼굴이 복잡해 보였다.
“품위 유지비를 좀 더 올려 줄까."
“이미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이 받고 있어요.”
“아니면, 공작가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줄까.”
결혼 초, 소설 속 로제리아가 어깨 서 사용인들이 공작가에 관한 권리 를 가지고 있느냐고 처음 화를 냈던 것이 떠올랐다. 아무래도 떠보는 게 맞는 것 같다.
"아뇨, 절대 필요 없어요.”
” 뭐...?”
로제리아가 강하고 확실하게 거절 했다. 혹시라도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목소리도 올라갔다. 그 런데 그녀의 대답에 카시우스 공작 이 마치 기분이라도 상한 것처럼 눈 매가 올라갔다.
"그게... 이미 사용인들이 잘하고 있으니 믿고 맡기는 게 좋을 것 같 아서요.”
“그럼, 뭐가 필요하지.”
“저는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 고 있어서요.”
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.
'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 가.’
왜, 아무것도 욕심 부리지 않고 만 족하며 지내고 있다는데, 그것보다 더 이상적인 대답이라도 있는 건가.
로제리아는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시험하는 카시우스 공작 때문에 머 릿속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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